역대 수상자
THE PAST PRIZE LAUREATES
메도루마  슌(1960~)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 수상작가
메도루마 슌(1960~)
메도루마 슌은 일본의 소설가로, 오키나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1960년 오키나와현 나하시에서 태어나 류큐대학 법문학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동안 문학 활동 및 반기지 활동을 시작했으며, 젊은 시절 동안 오에 겐자부로, 나카가미 겐지, 가브리엘 마르시아 마르케스 문학의 영향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기간제 노동자, 경비원, 학원강사 등으로 일하다 현립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2003년까지 일했다. 1983년 「어군기」로 등단하여 1997년 「물방울」로 아쿠타가와 문학상, 2000년에 「혼 불어넣기」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과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의 주요 작가로 성장했다.

메도루마 슌은 등단 이후부터 지금까지 ‘오키나와(류큐)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오키나와 문학’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그의 작품 속 오키나와는 일반 대중에게 익숙한, 본토 일본으로부터 남서쪽에 자리하여 이국적 정취로 사랑받는 여행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것은 권력에 의해 포장된 거짓일 뿐, 메도루마가 전하는 ‘진짜 오키나와’는 비극적 역사와 트라우마가 가득한, 아직도 진행 중인 억압과 투쟁의 장으로 다뤄진다. 오키나와는 원래 독립 왕국으로 오랜 역사와 독자적인 문화를 이어오다 1879년 일본에 병합되었다. 이후 세계 2차대전 시에는 일본의 군사기지로 동원되었고,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자 미국에 의해 점령되었으며, 다시 1972년 일본에 ‘복귀’하는 등, 험난한 역사를 살아온 땅이다. 이러한 오키나와의 독특한 문화와 환경, 그리고 오키나와인들의 정체성 속에 깊이 각인된 역사적 고통은 메도루마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작품 안에서 일본의 오키나와에 대한 식민지적 차별과 억압, 오키나와 전투가 남긴 상흔, 오키나와의 미군 주둔 문제 등을 중심 주제로 문학적 승화를 통해 오키나와가 처해 있는 권력 구도의 모순과 부조리를 비판해오고 있다.

그는 데뷔작 「어군기」에서부터 오키나와 지역 ‘공동체’가 소수자(타이완 여공)에게 가한 폭력의 기억을 고통스럽게 소환한다. 「평화 거리라 이름 붙여진 거리를 걸으면서」(1986)와 「1월 7일」(1989)에서는 일본 내에서 최고의 터부라 여겨지는 ‘천황’의 전쟁책임 문제를 다루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또한 1990년대에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으로써 한국에도 잘 알려진 「물방울」과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수상작인 「혼 불어넣기」에서 오키나와 전을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다루며, 전쟁의 트라우마를 신랄하게 파헤쳤다. 2000년대에는 「무지개 새」와 「기억의 숲」 등의 장편 소설을 통해 미군에 대한 ‘대항 폭력’(counter violence)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내며, 오키나와가 가야 할 방향을 찾으려 했다. 일본 문학계의 가장 큰 상이라 할 만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뒤로도 끊임없이 주류의 관점에 반하여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문학적 행동주의’를 통해 구현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21세기 비서구권 작가 가운데 주목할만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일본에 의한 점령과 식민지화, 냉전체제 속 강대국 간의 이해관계 속에서 지리적 희생양이 되어버린 점, 그리고 완전히 아물지 않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전쟁의 상처 등은 비단 오키나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때문에 메도루마가 작품을 통해 전하는 오키나와의 비극과 아픔은 과거 식민지 조선, 4.3의 제주와 같은 우리의 근현대사와도 정서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평등, 차별, 폭력, 전쟁 등과 같은 문제들을 뛰어난 문학적 실천을 통해 극복하고자 노력해온 세계적 작가들을 선정해 상을 수여해온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이 메도루마 슌 작가를 주목해온 이유가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

메도루마는 소설 외에도 에세이, 평론 및, 지역 신문과 주요 저널, 웹 블로그 등을 통해 오키나와의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는 실천적 지식인이다. 201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오키나와 반전 평화 운동의 최전선인 헤노코 앞바다에서 카누를 타고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와 해상 저지 활동에 거의 매일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키나와 방언으로 소설을 창작하는 실험적 과제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진은영 (1970~)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 수상작가
진은영 (1970~)
1970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시인, 철학자이자 강단에서 문학과 철학을 가르치는 교육자이고 번역가이기도 하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문예지 「문학과사회」 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3년에 첫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냈다.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2008), 그 뒤 「훔쳐가는 노래」 (2012)를 차례로 선보이며, 감각적인 은유와 선명한 이미지로 낡고 익숙한 일상을 재배치하는 한편 동시대의 현실에 밀착한 문제의식을 철학적 사유와 시적 정치성으로 풀어내 왔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천상병 시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았고. 미국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소설 「메리 벤투라와 아홉 번째 왕국」 을 우리말로 옮겼다.

진은영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는 전작 이후 거의 10년 만에 낸 작품이다. 건강 문제와 시에 대한 고민으로 보낸 그 시간에 대해, 시인은 시집 첫머리의 ‘시인의 말’을 통해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이 흘러갔다”고 적고 있다. 그는 또한 영국 소설가 겸 비평가 존 버거(John Berger)의 말을 인용해 이렇듯 적는다 ─ "나는 당신에게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을 전해줄 말들을 찾고 있어요." 시(인)의 사회적 위치와 기능을 묻는 한 강연에서 “시인은 침묵함으로써 대화하는 사람”이라고 진은영은 말한 바 있다. 등단 이후 줄곧,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공유하는 글쓰기’에 천착해왔다. 공동체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와 다양한 삶의 문제들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삶을 문학적으로 가시화하는 일, 그 어렵고 힘든 일을 이번 시집에 묶인 42편의 강렬하고 감각적인 시들이 저마다 아름답게 해내고 있다.

이렇듯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에 담긴, 오랜 고민의 시간이 빚어낸 섬세한 은유의 시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사랑과 연대를 중심으로 시대 정신을 통해 시인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시인만의 탁월한 사유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 선정위원회는 2023년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 수상자로 진은영 시인을 선정하였다. 시인의 첫 시집으로부터 딱 이십 년이 되는 해이다.